4살 아이와 놀기 | 그림자 놀이
4살 아이와 놀기 | 그림자 놀이
우리 아이는 4살 딸아이이다. 3살때 어린이 집에 갔다가 다른 아이들을 자꾸 꼬집어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만두었다. 그리고 5살때 유치원을 보내려고 한다. 아이가 고집이 쎄고(요맘때 다들 그렇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가만히 있지 않고 놀아달라고 한다. 나는 칼퇴근 해도 집에오면 7시 반이고, 밥먹고 좀 쉬고싶다. 직장인 평균 퇴근시간이 7시30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집에와서 아이와 시간 보내기가 쉬울까 ?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서점에서 책도 사봤다. 거기에는 100여가지의 아이와 노는 놀이들을 수록해놨다. 그 책의 저자는 아이가 아들이었는지 주로 몸으로 노는 놀이들이 많았다. 탁구공으로 노는 놀이, 신문지나 종이컵으로 노는 놀이, 동전으로 노는 놀이, 이불을 가지고 노는 놀이등등. 하지만 중요한건 놀이 방법이 아니라 내가 정말 아이와 얼굴을 마주 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여느 남자들 처럼 축구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면 챔피언스 리그부터 매주 보고 싶은 경기가 쏟아진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 시간이면 뉴스도 봐야한다. 그렇게 얼마 안되는 시간마저 아이를 마주 볼 시간이, 아니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이를 제대로 마주하자
회사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지 말고 집에서 아이와 놀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한다. 나의 다른 관심사와 시선을 모두 접어두고, 아이를 보자. 그렇지 않으면 놀아도 놀아주는게 아닐 것이다. 당연히 아이는 재미가 있을리가 없다. 껍데기만 나랑 마주하는 아빠일테니까. 어느 날은 피아노 의자를 놓고는 아이와 마주했다. 거기에 모형 음식들을 놔두고 "아줌마 ~ 떡볶이 2인분 주세요!" 슬아야 아줌마 한테 주문해봐~ 아이는 신나서 따라하고 너무나 즐거워 했다. 놀이 방법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유치해 보이는 것이 아이한테는 그저 다 즐겁다. 간지럼만 피워도 아이는 까르르 웃는다.
수많은 장난감들
내 몸이 피곤할때, 그리고 귀찮을때 보통 디즈니 만화를 틀어주게 된다. 핸드폰에 유튜브에서 콩순이를 틀어주거나. 이런게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 알지만 내가 힘드니까. 아이는 만화를 보면서 유튜브를 보면서 오로지 저 장난감이 "갖고 싶다" 는 생각만 머리속에 가지게 된다. 다른 스토리등은 그저 들러리에 가깝다. 콩순이를 보면 마트에가서 무조건 콩순이를 사고, 밤이도 사고, 송이도 사야한다. 토이스토리의 우디도 사야하고 버즈 라이트도 사줘야 한다. 아이는 온통 저것도 갖고 싶은데를 연발한다.
부모의 마음
아이를 위한다면 뭐든 해주고 싶다지만. 하루는 아내가 다른 엄마 집에 놀러가서는 맥포머스를 보고 왔다. 자석으로 블럭을 만드는 제품인데 두뇌발달 에도 좋고 너무 아이가 좋아한다는 거였다. 가격은 40만원 정도다. 고민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한테 너무 해주는게 없는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결국에는 사줬다. 그런데 역시 도구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맥포머스를 사준다고 아이가 혼자서 신나게 그걸 가지고 놀지는 않았다. 몇번 하고는 관심이 없어졌다. 나나 아내도 별로 흥미가 없으니 아이와도 잘 안 놀아주게 되었다.
딸 아이가 좋아하는 것
다른 아이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딸은 역할놀이, 가상의 놀이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아빠입장에서는 한마디면 된다. 슬아야 나 포비야~ 안녕! 그럼 아이는 나는 페티야. 포비야 우리 놀까?하면서 눈망울이 초롱초롱 해진다. 내가 크리스프크가 되어주면 아이는 신데렐라가 되고는 머리에 공주머리띠를 하고는 신이 난다. 그리고 그림자 놀이. 2살때 부터인가 자려고 누워서 핸드폰에 손전등 기능으로 천장을 비추었는데 거기에 비친 그림자 놀이를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중에서
이렇게 종이를 조각하는걸 페이퍼 크래프트라고 한다
얘네들은 악동 삼형제다
이렇게 만들어서 밤에 핸드폰 후레쉬로 비춰주면 예쁜 그림자가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조각을 하는 것은 손이 너무많이 가서 힘들다. 그리고 파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림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
이번에는 OHP 필름지를 이용해봤다.
토이스토리의 에디와 버즈다.
OHP 필름은 문구점에서 구입하고, 색연필과 짜서 쓰는 glass deco 를 다이소에서 구입했다. 아이는 짜는 걸 좋아해서 마구마구 물감을 짠다.
크리스 마스의 악몸의 잭과 샐리
이제 방에서 그림자 놀이를 할 차례다. 아이는 신이나서 잭과 샐리와 친구처럼 논다. 여기에 신나는 음악을 같이 틀어주고 빛의 방향을 앞뒤 좌우로 흔들어주면 아이는 너무 신나서 팔짝팔짝 뛴다.
인사이드 아웃의 까칠이
인사이드 아웃의 버럭이
인사이드 아웃의 슬픔이와 기쁨이
아이는 그저 놀고 싶은거다. 체제는 자꾸 우리를 사게 만들고 상품에 의존하게 하는 것 같다. 집요하게 욕망을 파고든다. 아이들까지 벌써부터 그렇게 키워야 되는건지. 뭔가 사주지 않으면 남보다 무능하고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럼 많이 사주면 부모역할을 잘하는 걸까? 어느날 대청소를 하면서 방안에 더 들여놓을 때가 없는 장난감들을 보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 프라스틱 공해에 쌓여있어서 다 갖다버리고 싶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만화를 보면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때마다 우리는 그럼 같이 그려보자, 같이 만들어보자고 라고 하면 어떨까